오늘 우리가 살아가는데 귀감이 되는 글
공씨댁은 설음이 복받쳤다, 동내여자들이
한양구경 간다는데 혼자 빠질 판이다,
맏아들에게 한양구경 가겠다고 얘기했더니
이 보릿고개에 어찌 그리 한가한 말을 한다요
핀잔을 주었고,
고개 넘어 둘째아들에게 애기했더니"
사람만 북적거리는데 뭣하러 사서
고생하려고 그래요 퇴박을 줬다.
그날 밤 공씨댁은 이 생각 저 생각에 한숨도 못 잤다.
공씨 가문에 시집온게 벌써 스물네 해다.
시름시름 앓던 신랑이 죽고 몇년 후 시부모도
이승을 하직하자 몇마지기안 되는 논밭이지만
혼자서 농사짓고 길쌈하며 이를 악물고두 아들을 키웠다.
매파가 좋은 재취자리를 얘기할적마다
호통을쳐 내쫓고 몸이 달아오른 밤이면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두 아들만 생각하고 살았다.
이제 두 아들을 차례로 장가보내 먹고 살도록
논밭도 다 나눠 줚더니 두놈 모두 제 각시만
위하지 에미는 안중에도 없다. 42년 인생이
설움으로 꽉 차더니 분으로 변했다. 공씨댁은
이웃집 밭매기를 해 주기로하고 품삯을
미리 앞당겨 한양 구경값을 치렀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봄날, 동네 여자들은 인솔자를 따라
한양 구경길에 올랐다, 종로 뒷골목 방물가게에 들러
다들 바늘함을 산다, 노리개를 산다 하는동안 공씨댁은
수중에 돈이 없어 가계 밖에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다
깜박 졸았는데 깨어보니 일행들이 없어젔다. 눈이 동구래져
이리저리 정신없이 쏘다니며 찾았지만 허사였다.
날은 저물고 발거름이 천근만근이 된 공씨댁은
쓰러지고 말았다.젊은 선비가 집으로 들어가다 대문 옆에
웬 여인이 쓰러진 걸보고 하인들을 시켜 집으로 데려갔다.
정신을 차린 공씨댁은 자신을 간호해 주는 안주인인 듯한
젊은 여인에게 자초지정을 얘기했다. 안주인은 친절하게
저녁밥을 먹여서 침모방에 재웠다